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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슬라(2012-12-10 16:58:15, Hit : 2110, Vote : 438
 대관령 설원

大關嶺, 雪原의 故鄕

대관령은 큰 관문의 고개로 영동과 영서를 나누는 백두대간의 등뼈다. 바람도 쉬어 넘는 큰 고갯마루를 거의 매일 반복적으로 출퇴근한다. 이제는 현대식 이동통로의 첨단인 터널을 통과하여 대관령을 쉽게 넘나들고 있다. 때로는 순백의 설원 무릉도원으로 들어가는 착각을 매일 반복하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속세에서 이상향으로 매일 들고나는 자유인은 그 얼마나 행복한가?

특히 눈 온 뒤의 고적함과 안온함이 좋다. 시끄러운 도시의 소음과 콘크리트 장벽을 벗어나 은빛 찬란한 백두대간의 준령들이 포근히 흰 눈을 이불삼아 잠들어 있는 대관령으로의 잠입은 또 다른 세상의 느낌을 주기도 한다. 사무실에서 눈을 멀리 던지면 백두대간의 주름 잡힌 영봉들이 시야에 들어와서 더욱 좋다. 압도적으로 높지도 않고 그렇다고 만만하지도 않는, 그러나 한 마을 넉넉히 품을 수 있을 정도의 산자락을 가진 고만고만한 준봉들이다. 하늘 아래 한 세상을 넉넉히 아등바등 살아가는 이름 모를 민초들이 때때로 고단한 삶을 알맞게 의탁할 정도의 너그러움을 품은 인자한 산이다.  

산이 있으면 적당한 내도 있기 마련이다. 굽이굽이 물길따라 인정은 흘러가서 촌락이 만들어 진다. 산이 있으면 물길이 있고 거기 사람 사는 마을이 옹기종기 삭풍을 견디기에 적당하리만치 모여 있다. 오대산이 있으니 오대천이 생겨나 진부 마을을 알맞게 감싸 돌고 있다.  일용할 감자를 심어서 철이 되면 수확할 정도의 너른 들은 사람 사는 마을에 굶지 않을 정도의 물산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오대천은 여름에는 비온 뒤에 급류타기의 여가 선용도 허락할 정도의 수심과 물살도 가지고 있다. 겨울에는 송어잡이의 마을 축제의 요람이 되기도 한다. 흐르는 물을 적당히 가두어 얼린 후 송어를 사서 풀어놓고 외지인들에게 낚시터를 제공하여 수익을 올리고 있다. 오대천은 오대산과 더불어 마을사람들의 돈벌이에 딱 맞게 필요한 참 보배인 듯하다.

거기서 가끔 물고기도 잡아 매운탕을 끓이기도 한다. 천렵의 즐거움은 맛보다는 잡는 재미에 있지 않나 싶다. 지나 여름 월광을 벗 삼아 불법 어로 투망질도 해 보았다. 오대천 魚神들의 노여움이나 사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삼가 죽은 물고기들의 명복을 빈다. 잡기만 하고 먹지는 않았다. 어느 집 냉동고에 동태마냥 남아 있을지 모르겠다. 좋은 강은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만큼의 추억도 선사하는 모양이다.

사무실 전면 운동장에도 눈밭이 만들어 졌다. 햇살이 부서지는 은빛 설원은 태고의 신비로움을 더하고 있다. 인간의 족적이 끊어진 허허벌판의 시공은 바람의 울움 소리로 혹한의 겨울을 재촉하고 있는 듯하다. 운동장 요소요소에는 자신의 누추한 겉옷을 벗은 裸木들이 설산의 고행자처럼 혹한의 눈보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묵언 수행하고 있다. 나무는 말한다. 바람의 심술에도 나는 그냥 나일뿐 상관하지 않는 다고 말이다. 장난기 많은 바람은 그래도 본연의 심성으로 나무들 사이를 헤집고 다닌다. 난 바람이니 가는 곳이 길이요 머무르는 곳이 집이다. 난 그저 정처 없이 떠돌아다닐 뿐이니 나를 원망하지는 말아달라고 말하는 듯하다. 바람도 나름대로 묵언의 가르침을 주고 있다. 햇살과 바람에 날리는 눈가루가 신기루처럼 허공을 맴돈다.

길은 사람이 다녀서 생기지만 바람은 애써 길을 찾지 않는다. 가는 곳이 바로 길이 된다. 설원의 평화를 시샘해서인지 바람은 자꾸 눈밭에 생채기를 내기에 바쁘다. 한 줄기 광풍이 은빛 눈가루를 이 곳 저 곳으로 몰라가고 있다. 바람이 그치면 설원의 평화는 저절로 찾아오는 것일까?  바람이 묻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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